보성은 진작에 갔다왔어야 했을 곳이다.
작년에 거제에 갔을 때, 사실은 보성에 가려고 했었거든.

옛날치킨에서 빠이의 새로운 칼번들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보성에 가서 렌즈를 테스트 하고 싶다는 빠이의 말에
그래서 그리 쉽게 가자고 했는지 모른다.

사실 일요일은 아빠의 생신이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토요일 밤에 유성의 누나네 집에서 치르게 되었다.
보일러를 틀어 놓은 누나의 집은...
마치 술에 만취하거나 몸살이 걸려 잠을 자기가 무척 괴로운 듯한 그런 곳이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 결국 차에 가서 자고, 다시 집에서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고.
덕분에 여섯시 십오분에 일어나 빠이와 만나기로 한 일곱시에는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을 듯 보였다.

그러나 유성엔 다른 시설은 잘 되어 있으나
컴퓨터라는 현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제품이 없었으니...;;
사전 조사를 거기서 하리라는 생각에 크나큰 차질이...

집에 와서 부랴 부랴 컴을 켜고 가는 길과 다원, 그리고 식당에 대해서 사전 조사를 하였다.
'한길리회관'이라는 멋진 맛집이 있다는 정보 입수에 성공.
빠이에게 연락을 하고 드디어 출발~~~~!!

역시나 여행길엔 광석엉아가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후훗.


살짝 졸려서 들른 백양사 휴게소


일품 햄토스트 모형과 캔보다 맛없는 칸타타 테이크 아웃 커피.
저 토스트 안에 있는 햄과 계란부침은 모형 보다 더 맛없어 보였다.
내부 사진도 있지만 보는 이들을 위해 게재 하지 않겠...;;


빠이의 오공이와 칼번들.
점점 전투형이 되어 가고 있는 아이들이다.
오늘은 또 어떤 전투를 벌이러 가는지.


SLRClub에서 입수한 '한길리회관'에 대한 정보를 빌리자면, 보성군청 바로 옆에 위치한다고 되어있다.
보시다시피 보성군청 '바로 옆'은 공사장이 되어 버렸고;;
일품 햄토스트 모형에 더욱 허기진 우리의 배는 점점 더 깊은 허기에 오그라들어만 간다.

이 사진의 제목은 "보성군청 옆 한길리회관은 빠이의 성난 표정에 허물어져 버렸다" 이다.


일단 다원쪽으로 향하다 보면 많은 민박과 식당이 있다고 적혀 있는 글도 보았고,
빠이도 그쪽에 식당이 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여 발길을 돌려 다원으로~
가다보니 처음으로 대한다원과 붓재다원이 있었는데,
좀 더 가보기로 하여 대한 2다원으로 먼저 향하기로 하였다.

네비에 대한 2다원을 입력하는 도중 지나가던 바이크의 무리.
황급히 카메라 전원을 켜고 찍었는데 D60에 애기번들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잘 찍은 건 아니지만 전원 켜자 마자 조리개 조여서 찍기까지 불과 1-2 초?
이 정도면 꽤나 괜찮게 찍힌 듯.(자기 최면 중;;;)


대한 2다원은 정말 굉장한 곳이었다.
끝!

사실 갔다가 바로 발길을 돌려 대한다원으로...;;
달랑 버스 한 대와 승용차 두 대 만이 주차되어 있더란...
녹차밭이 우리 시골 논바닥 만하게 펼쳐진 아주 아담한 곳이었다.

식당도 가는 길에 많이 있다는 말도 개구라였던걸로 드러나고...
허기를 채울 무언가를 갈망하던 우리의 눈에 썩 내키진 않지만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저거 하나다. 다른 선택은 없어 보였다.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단 얘기.


메뉴는 모든 것 앞에 녹차가 붙어 있으면 되는 모양이다.
다행이 녹차 김치는 없더라.
녹차 라면, 녹차 비빔밥, 녹차------.

사진의 메뉴는 녹차 비빔밥이다.
녹차물로 밥을 지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먹는거다. 맛 없어 보인다.
백양사 휴게소의 일품 햄토스트 모형 만큼이나.
그래도 먹어야 했던 거다.
6,000원 이라도 먹어야 했다. 먹는 거니까. 먹어야 하니까.


비비고 나니 양이 이렇게 줄어버리더라.
그나마 내껀 내가 고추장의 양을 조절했기에 이 정도다.
빠이의 비빔밥은 혜성처럼 등장한 아주머니에 의해 국물이 생겼다.
벌건 고추장 국물...
저렇게만 비벼도 짠데, 빠이의 고추장 국물이 있는 녹차는 들어가지 않는 녹차 비빔밥은 어떤 맛이었을지.
생각만 해도 속이 매우 쓰리다.
여기서 먹을만 한건 배추김치였는데, 빠이에게 먹어보라고 하자 속지 않는다며 극구 사양한다.
그래서 내가 다 먹었다.


입가심을 하기 위해 먹은 녹차 아이스크림.
배스킨 라빈스의 그린티가 오히려 녹차맛에 가까우려나...
달기만 하고 녹차의 향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일품 햄토스트 모형과 고추장 국물이 있는 녹차가 들어가지 않은 녹차 비빔밥과 결코 다르지 않은 퀄러티의
1,500원을 주고 먹기엔 가오동 롯데리아 아이스크림 아가씨에게 매우 미안해 지는 양의...


그래도 날씨가 매우 좋았다는 건 축복이었다.
덕분에 사람들도 많이 와서 주차장이 타이어 디딜 틈도 없이 꽉 차고 여기 저기 배회하는 차들도 보였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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